지난번에 hci+d 랩의 황유진 박사님이랑 썼던 작업물이 CHI’20 Workshop on Conversational Agents for Health and Wellbeing에 억셉되었다. ‘페르소나가 있는 헬스케어 챗봇을 사용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라는 주제로 개발/분석을 한 페이퍼였는데, 완전히 취소된 CHI 풀페이퍼 세션과는 다르게 학회가 취소된 후 virtual하게라도 진행하게 되었다.
어제 밤 (오후 10시 반)에, 호주 시드니의 Macquarie 대학의 주최자들이 zoom 미팅을 호스트하는 방식으로 여느 온라인 수업과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약 서른명 가까이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Michigan, Cornell, UCSD, 그리고 NUS 등 전 세계 다양한 학교에서 온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끔씩 말이 끊기거나 흐리게 들릴 때는 있었지만, 예상 외로 참가자들의 레이턴시는 거의 없어서 피지컬한 회의랑 비교해도 딱히 차이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HCI계열 학회에 연구자로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전에 오프라인으로 참가해본 연구자만이 아는 특유의 경험?이 있다면 이를 간과했을 수도 있다.)
순서는 맨 처음 자기소개를 하고, 각 포지션 페이퍼의 저자들이 발표를 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사실 우리는 발표순서가 맨 마지막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반드시 지켜야 했지만, 의외로 다른 연구자들도 중간에 나가도 되는 상황에서도 정말 끝까지 의견을 나누고, 발표를 들어주었다. CHI 학회가 요즘 점점 상향평준화 된다고는 하지만, 정말 가끔 풀페이퍼 급 스터디의, 연구의 implication들도 참 좋은 페이퍼를 워크샵에서 발표해서 깜짝 놀랐다 (이전에도 late-breaking work를 내는 문제에 있어서 ‘정말 이게 late-breaking한 작업물인가, 아니면 풀페이퍼를 그냥 낮춰서 낸건가’에 관해 토의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듯이..) 물론 우리 페이퍼도 꽤나 재미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자에게 질문을 받았고 이런 경험들이 개인적으로 참 유익했다.
워크샵이 끝난 후 먼저 든 생각은, ‘나도 이번에 카이에 낸 페이퍼를 어디에 발표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었다. 사실 난 워크샵 전까지도 전문적인 연구자들이 하는 영어를 알아들을 수는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건 항상 누군가가 영어로 나에게 관심이 없는 주제로 말해서 그랬던 것 같다. 이번 워크샵에서 내가 너무 관심이 가는 주제가 나올 땐, 발표자/질문자들이 하는 말들이 하나하나 귀에 쏙쏙 들어오고 나도 질문을 하고 싶더라 (결국 하나 했다.) 만약 이게 내 페이퍼라면? 내가 자식 키우듯이 공들여 스터디한 내 논문을 누군가가 칭찬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며 질문해준다면 되게 잘 와닿으면서 최선을 다해 대답할 것 같다. 거기에 더해 발표를 하고 조언을 받는다면 앞으로 연구할 때 그런 조언들이 너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런 세션에서 내 페이퍼를 못 내게 된게 되게 아쉽긴 했다.
사실 그동안 나는 남은 학부생활에서 풀페이퍼 급으로 어떤 연구를 더 주도할 수 있을지 확신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연구자들과 함께 얘기를 하며 시간을 가져보니 너무 좋았고, 그런 만큼 체력이 닿는 한 흥미로운 주제를 탐구해가며 학회경험을 쌓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