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논문때문에 힘들었던 시기에, 일본 여행을 가게 됐는데 거기서 놀이공원으로 놀러갔다. 놀이기구를 타면서도, 머릿속엔 온통 CHI 서브미션 생각으로 차있어서 그냥 너무 고통스러웠다. 여행을 와서 이딴 소원이나 빌고 있으니... 게다가 사진을 봐서야 알게된건데 이땐 손톱도 많이 뜯고, 참 불안했나보다. 이런 나를 보는 사람이 더 힘들었겠지..
결과가 나왔다. 원래 원래 12월 9일 정오(PT, 한국 시간으로 12월 10일 새벽 5시)에 나왔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우리나라 시간으로 12월 9일 오후 2시쯤에 다음과 같은 메일로 나왔다.
Dear Donghoon Shin,
Congratulations!
Your paper - 1324 - TalkingBoogie: Collaborative Mobile AAC System for Non-verbal Children with Developmental Disabilities and Their Caregivers - for the 2020 ACM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CHI'20) has been conditionally accepted for presentation and publication as part of the conference.
The reviews and instructions for preparing the camera-ready submission will be sent soon.
결과는 accept였다. 사실 점수가 믿기지 않을 만큼 높게 나와서, 고등학생들이 대입때 흔히 말하듯이 ‘전산 오류전형’은 아닐까 하고 불안해해서, 전혀 예상 못했다는듯이 결과 보자마자 hooooooray를 외쳤다..ㅠㅠ
(메일 온걸 본 순간 긴장은 마치 이 화면을 보는 수험생의 그것과 같았다..)
아.. 이제 진짜 너무나도 힘들었던 논문이 마무리되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다음 생각은 ‘어서 페이스북에 자랑해야지 룰루’였다 ㅎㅎ.. 사실, 이상하게 HCI 연구자들은 그들의 융/복합적인 연구 역량도 뛰어나지만 그걸 PR하는 능력이 진짜 엄청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예를 들어, HCI에 종사하시는 분들 중에 페이스북을 싫어하는 사람을 아직 못봤다. 고민할 틈도 없이,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해버렸다…ㅎㅎ 사실 참 권장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연구를 하면서 죽도록 힘들 때마다 ‘선배 연구자들, 교수님들이 내 억셉 포스팅을 보고 따봉을 박아주시지 않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으로 버텨왔다.ㅎ..ㅎ (결과적으로 다 눌러주셨다ㅋㅌㅋㅌㅌㅋㅌㅋㅌㅋ 연구적으로도, trivial 한 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이정도 했으면 붙여주지,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그렇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엄연히 지금 상황에서 나는 ‘conditionally accept’된 것이지, 학회발표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rebuttal때 수정한다고 말한 것들을 잘 녹여내서 camera-ready (실제 출판될)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아.. 너무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말 submission 때의 페이퍼는 나도 허점이 많이 보여서 그런 것들을 꼭 address하고 싶었다. 위 메일에서 말했듯이 앞으로의 일정 등을 메일로 보내준다고 했는데, 금방 오진 않고 며칠 더 기다려야 하는 것 같다. 특히, 우리는 너무 글이 길어서 줄이고 줄여서 겨우 10장을 채웠는데, 연구비 수주 관계로 acknowledgement(사사 표기)도 해야하고, 생각보다 걱정이 앞서긴 한다.
인생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많은 일을 겪으면서 그 생각은 확고해졌고, 남들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무엇보다, 같이 연구를 하게 된 송재윤 (SNU CBA), 송석우 박사 (Samsung R&D, KAIST ph.D), 박지수 (SK Broadband, Yonsei MS), 그리고 이준환 교수님 (SNU HCI+d lab.)과 전수진 교수님 (Yonsei Comm. and Arts.)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실, 내가 만약 연구자들이어도 전공지식이 부족하고 검증이 안된 학부생이랑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꺼려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의욕이 넘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물심양면으로 도움 주신 공저자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사실 떨어지면 너무 쪽팔리고 슬펐겠지만, 다행이도 붙어서 조금이나마(?) 그동안 주신 도움을 보답해드릴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얼마나 다들 좋은 사람이냐면, 다음에 한번 더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정말루 자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