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변신>변신>
본 소설은, 어느 날 자고 일어나보니 갑자기 커다란 벌레로 변해있는 그레고르와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외판사원으로 일하고 있었던 그레고르는, 꿋꿋이 빚을 진 부모와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어 하는 동생을 위해 일해왔다. 어느 날 갑자기 변해버려 집 밖을 나갈 수 없는 그레고르를 직장 상사는 얼마 되지도 않아 찾아와 해고하겠다고 겁박하는데,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린 상사는 도망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레고르의 아버지는 이러한 그레고르를 힘으로 방으로 넣으면서 그레고르는 다치기도 한다.
이렇게, 한 구성원이 경제적으로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부모, 동생 등 나머지 가족들은 직업을 찾게 된다. 그리고 가족은 가계에 보태기 위해 하숙할 사람들을 구하게 되는데, 벌레의 형상을 한 그레고르 때문에 이마저도 수포에 돌아가려 한다. 가족, 동생은 이후 그레고르에게 물건을 던지며 다치게도 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이후 망연자실한 그레고르는 죽게 되고,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일상을 살아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정 혹은 사회에서 효용 가치를 잃은 한 개인이 어떻게 철저하게 외면당하는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느꼈다. 한때는 한 가정을 부양하고, 한 직장의 일원으로 몫을 하던 그레고르가, 변해버린 형상으로 경제적 효용을 잃게 되자 그들이 그를 외면하고, 심지어 없애려 드는 모습에 빗대어, 사회적 가치를 잃은 존재로서 한 개인이 공동체에서 철저히 외면되는 현실을 서술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이 글이 나에게 더 와닿았던 이유는, 저자가 의도했건 아니건 현재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느낄 법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잘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빈번히 실패하는 본인의 무력함, 또 학문을 하는 사람은 빈번히 떨어지는 논문에 느끼는 좌절감에서 그들이 처음 생각했던 스스로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을 자주 보곤 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결국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나에게도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또한, 이 소설은 최근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일들을 텍스트에 투영하게 한다. 한때 어느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던 인권 문제를 홀로 선구하던 사람이,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련의 사건으로 떠나가게 되었다. 우리는 그의 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