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명칭은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최근에 마케도니아가 그리스 (정확히 말하자면 그리스의 마케도니아 주)와 갈등 끝에 국명을 북마케도니아로 바꿨고, 이는 역사와 국가의 정체성을 두고 국호 문제에서 오랜시간 다툰 일이었다. 이렇게 축약된 국명도 그렇지만, 국명의 full-name에는 훨씬 더 많은 고민이 들어가는 것 같다. 이란의 정식 명칭은 Islamic Republic of Iran인데, 이는 이슬람 혁명으로 집권한 정권의 정통성이 국명의 풀네임에서 explict하게 드러나는 예시이다. (도시도 다르진 않은 것 같다. 방콕의 정식 명칭이 50자였나?를 넘는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아래 남한은 국제무대에서 Republic of Korea (대한민국; 직역하면 한국 공화국), 북한은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란 국호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각 국가는 스스로가 지향한다고 주장하는 이념이나 체제를 ‘국명’이라는 매개체에 명시하는 방식으로 분단이라는 현실 속 갈등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도 예외없이 국호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ROK, DPRK 둘다 Korea이지만 각 용어를 들으면 우리가 느끼기에 사뭇 다른 감정이 든다.
연구의 literature review를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논문이 저자의 affiliation을 적을 때 한국을 Republic of Korea, 또는 South Korea라고 적는다. 나 또한 사람들이 그렇게 쓰니까 Republic of Korea라고 적었고, 위에서 말했듯이 이건 남한을 가리킨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Korea라고 적으면 안되는걸까? 아니, Korea라고 적어야 하는거 아닐까?
외국인들은 한국이라고 말하면 남, 북인지 가장 먼저 물어본다고 한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이해는 가지만, 분단은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언젠간 합쳐질, 아니 합쳐져야 한다는 점을 아주 잘 아는 우리가 누군가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정체성을 나눠버려도 될까? 설사 조금의 혼란이나 불이익이 있더라도, Seoul, Republic of Korea보단 Seoul, Korea가 우리의 정체성에,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국호로서 더 알맞지 않을까? 안타까운 분단 현실 속 통일의 당위성을 생각한다면 OOO: 통일은 대박 (과정에서 서로를 현실적으로 정부로 인정하고는 둘째치고), 남, 북한이 같은 가족이었고 같은 지향점을 가진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 적어도 연구는 이상을 좇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