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내 소비습관을 분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심결에 내 주거래은행 카드 전표들을 다운받았다. 정돈하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커피 값으로만 무려 140만원을 썼던 것이다 (…) 심지어 한 카드의 내역만 이렇고, 편의점, 회사 등에서 먹은 커피값은 제한 통계이다. 나는 평소에 아메리카노밖에 마시지 않으므로, 내 몸에 그동안 축적되었던(?) 카페인 양이 얼마일진 상상도 잘 가질 않는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통계1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은 하루 평균 1.7잔 꼴로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내가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커피 많이 마신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서, 아마 카운트하지 못한 것들을 포함하면 일평균 2.5잔은 족히 마시지 않았을까 싶다. 그동안 직관적으로 ‘커피를 많이 마시면 좋지 않다’는 생각은 항상 해왔지만, 이유를 설명하자면 딱히 떠오르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몸이 몇번 아프면서 커피를 의사의 권고로 끊었던 적이 많았고, 이럴 때 커피가 없으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되게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래에 커피-프리 삶의 장점을 기술해본다.
최근 ‘카공족’이 그렇게 많이 생기고 커피를 그렇게들 많이 마시는 이유는 ‘커피를 마시며 졸린걸 버텨서 공부하기 위해서’란 이유가 큰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마셔대고 공부를 하고 막상 집에 돌아오면 잠이 안온다 (…) 아마 공부할 때 ‘졸린 만큼만 커피를 마셔야지’라는 생각으로 마시기 시작하지만, 결국 아까워서라도 한 잔을 다 마셔서 잠에 들 순간까지도 계속 그 효과가 유지되는 것 같다. 심지어, 내가 자주 가는 서울대입구역 탐앤탐스는 대학생 학생증을 제시하면 사이즈업을 해준다. 그러니 그 많은 카페인을 섭취하고 단 몇시간 내에 잠을 청하니 잠이 잘 올리가.
그런데 최근 부정맥을 앓은 적이 있었고 (보통 이런건 만성인데 응급실에 한번 다녀오니 금방 낫긴 했다. 내 생활패턴이 너무 불규칙했기 때문에 그런 듯), 그 때 의사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커피를 끊고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예상대로 너무 졸려서 힘들었지만, 반대로 집에 들어가니 쓰러지듯 편안하게 잘 수 있었고 일어날 땐 정말 말끔히 일어날 수 있었다. 의학적 원인에 대해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이후 가끔씩 끊었을 때에도 비슷한 효과를 보았다. 그래서 요즘 일찍 일어날, 중요한 일이 생기면 며칠 전부터 커피 섭취를 멈춘다.
나는 원래 성격이 다소 예민한지라, 커피를 마시면 뭔가 신경이 곤두서는 경우가 많아진다. 물론 ‘남들한테 피해만 입히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 스스로도 공부할 때 지나치게 사소한 것까지 집착하게 되어 정신이 피폐해진다 (OOO: 공부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사실 커피 섭취가 self-reported anxiety level을 높이는가에 대한 연구는 학자마다 대비된다. Botella & Parra의 연구에서는 커피가 남성에게 self-reported anxiety를 높인다고 밝혔지만 2, 반대로 Eaton & McLeod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밝혀내지 못했다 3. 하지만, 나는 커피를 많이 마시면서 개인적으로 불안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마다 다를 순 있겠지만, 나에겐 커피를 끊을 때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였다.
커피값이 생각보다 정말 크다. 평소에 ‘스터디카페에서 시간당 몇천원 씩 낼 바에 차라리 카페에서 커피 한잔 시키고 공부하지’란 마인드로 카공을 많이 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COVID-19다 뭐다 해서 재택을 권고하는 상황에서, 이런 커피값마저도 아낄 수 있다는 자신이 붙는다. 실제라 위에서 기술했듯, 단순히 한 카드에서 나온 커피 전문점의 커피값만 140이나 되는데, 다른 카드와 다른 판매점에서 구매한 커피까지 아낀다고 생각하면 굳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건 여담이지만, 최근에 카페에서 공부하다가 커피를 내 맥에 쏟았다 (…)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 가격을 포함하면… 1년치 커피값을 훌쩍 넘는다 ㅠㅠㅠ)
이렇게 커피를 끊으면 좋은 점들이 많지만, 사교 목적, 혹은 친구와 공부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정말 불가피한 경우를 제하고 완전히 끊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고4에 따르면 성인은 하루 커피 3~4잔 이내로만 마시는 것이 좋다. 고로, 커피를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하루의 최대치를 설정해두고 이에 맞춰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을 듯하다.
Reference
보건복지부 (2014). 2014 국민건강통계. http://www.mohw.go.kr/react/jb/sjb030301vw.jsp?PAR_MENU_ID=03&MENU_ID=032901&CONT_SEQ=337363&page=1 ↩
Botella, P., & Parra, A. (2003). Coffee increases state anxiety in males but not in females. Human Psychopharmacology: Clinical and Experimental, 18(2), 141-143. ↩
Eaton, W. W., & McLeod, J. (1984). Consumption of coffee or tea and symptoms of anxiety.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74(1), 66-68. ↩
식품의약품안전처 (2020). 보도자료. https://www.mfds.go.kr/brd/m_99/down.do?brd_id=ntc0021&seq=44023&data_tp=A&file_seq=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