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높은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대학 들어오고 나서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자존감이 부족하다는 건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내가 부족한 것에 대한 막연한 추구일 진 모르겠지만 나는 자존감을 그냥 ‘나에 대한 확신’으로 정의내리곤 했다. 그래서 내가 힘들고 불안해질 땐, 다 나 자신, 나의 위치, 혹은 내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렇다고 위로해왔다. 음.. 근데 자기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걸까?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단 말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내가 욕심이 많은데 잘 안돼서 힘들다는 말로 들린다. 맞다. 난 평소에 욕심이 많다. 솔직히 내 능력보다 많은 성과를 남들에게 보여주길 원했고, 항상 그걸 남들한테 보여줘서 인정 받고 싶어했다. 나에게 욕심은 그런 욕심이었다. 남들에게 ‘이래도 난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고등학교 땐 맨날 잠이나 자고, 야자도 튀면서 집이나 독서실에선 미친듯이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고, 의대 가지도 않을껀데 멋져보이려고 의대 2-3개정도 넣고 붙어서 메롱하고, 당연 나는 동네 아줌마들의 비호감 1순위였다. 나는 그런 타인의 시선을 즐겼고, 나름 그러면서 즐거웠다.
근데, 이렇게 남들의 기분을 갉아먹으면서 내 가치를 올리는건 자존감이 아닌 것 같더라. 몇몇 친구들을 보면, 사실 남들이 뭐라건간에 그냥 자기 길을 걷는다. 그러면서 자기가 원했던 걸 얻으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기뻐하고, 실패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긴다. 이 친구들이 욕심이 없을까? 그것도 아니다. 다들 자기가 원하는 걸 위해 달려가는 것은 나랑 똑같지만, 결국 나는 기쁨을 타인의 시선에서 얻었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존중하고 평가하면서 그것을 얻어왔다. 그러니까 나는 실패했을 때 다른 사람의 시선에 흔들려 힘들어하고, 자기를 생각해왔던 사람은 자기의 노력을 존중하기 때문에 실패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아, 그러면 남들 신경 안쓰고 자기한테 어떻게 집중할까? 그래서 난 다른 사람에게 종속된 것들을 끊기로 했다. 먼저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가족이 나한테 뭐라하던 간에 그냥 내 신념대로 살고 싶다. 그 전에 내가 가족에게 당당해지려면 먼저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알바도 하고 과외도 하고 적금도 넣으면서 살아오고 있다. 나름 이렇게 스스로 당당해지니까 가족이 뭐라 하건 1도 신경 안쓰인다. 엄마가 여느때처럼 전화와서 고함 지르고 욕해도 ‘허허’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참 좋더라. 걍 남들에게 엮일 ‘여지’를 줄여나가니까, 상호간에 기대나 그런게 사라지면서 내 중심으로 살아가게 돼서 참 좋았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남들에게 종속된 것들을 끊어보는 연습을 해보는걸 추천한다. 그러면 남들이 뭐라 하든 딱히 신경이 안쓰이고, 그 에너지 자기 살아가는데 쓰기도 바빠서 나름 자기를 아껴나가는 경우가 많아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