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의 [품앗이와 정]은, 필자가 경기도 산진마을 (편집자 주)에서 생활을 하면서, 한국 농촌에서의 품앗이 역학에 대해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한 에쓰노그래피 연구에 대한 결과물이다. 구체적으로, 글쓴이는 산진마을 주민들 간에 일어난 사례와, 산진마을 주민과 글쓴이 사이에서 일어난 사례 등 산진마을의 예시로 한국 농촌의 품앗이 및 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본 텍스트는 크게 품앗이의 정의, 분류, 품앗이와 연관된 정서 - 정, 그리고 정의 특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본 서평에서 나는 필자의 텍스트를 요악한 후, 품앗이의 개념을 현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행해지는 도움집단 관행에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품앗이란 호혜적 행위를 가리키는 순수 우리말로, 주고, 받고, 갚는 행위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다 (85p). 품앗이는 물질적 호혜 및 비물질적 호혜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대인 간 균형적 호혜를 전제로 하지만 불균형적 호혜를 뜻할 수도 있다. 이러한 품앗이는 산진마을 주민들에게 인간관계를 형성/유지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품앗이는 집단의 개념보다는 개인-개인간 (dyadic)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산진마을 내종족의식의 결여로 설명이 가능하다. 종족의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종족 단위의 인간관계는 필연적으로 개인 간 관계를 넘어설 수 없는데, 필자는 이러한 특성을 마을 주민이 고사떡을 돌릴 때 먼 촌수의 친족보다 품앗이 관계의 이웃을 우선시한다는 예시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개인 간 구성되어 있다는 특성 뿐만 아니라, 필자는 품앗이가 남녀 분리적인 사회적 망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을 내 경조사가 발생했을 때 부조금은 명목적으로는 한 가정을 단위로 구성되지만, 실제로는 가장들의 품앗이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반대로 이러한 상황에서 부녀자들의 노동력 교환은 여성의 품앗이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데, 필자에 따르면 이러한 예시가 품앗이의 남녀 분리적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품앗이는 마을 내 단체행위의 정의와도 관련이 있다. 필자에 따르면, 산진마을에서 이루어지는 단체 행사는 집단 행위를 통한 심리적 보상을 얻는 데에 궁극적 목적이 있지 않으며, 주최자 및 참가자 사이의 품앗이 관계에 따라 단체 행사의 참석이 영향을 받는다. 즉, 단체 행사 내 모든 개인간 관계는 반드시 품앗이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이러한 행사에 참가하는 관계 – 즉 도움집단의 관계는 많은 경우에 성씨집단 사이에 존재하지만, 이 또한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이 뿐만 아니라, 필자는 경제적 변인이 성공적인 도움집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필자는 품앗이가 단체 행사를 구성하는 관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며, 품앗이 관계는 이러한 ‘무형의’ 관계 또한 포함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품앗이의 윤리를 설명하며, ‘인심’이란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품앗이는 상호간 신뢰, 즉 품앗이의 윤리로 구성/유지되는데, 이러한 윤리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인심이 없다’고 평가받으며 품앗이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소 이러한 인심이 넉넉하다고 평가받는 산진마을의 한 남성은 어느 날 불의의 사고를 당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여러차례 병문안을 온 반면, 평소 품앗이의 윤리를 잘 지키지 못한 한 남성은 아들의 상마저 외면당한다. 이러한 예시를 통해, 필자는 품앗이에서의 윤리, 즉 ‘인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어, 필자는 품앗이는 역할 관계와 정서 관계에 근거한 품앗이로 구별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특히, 필자에 따르면 해당 두 요소의 조합에 따라 총 4 종류의 품앗이 형태로 구성될 수 있다. 역할로만 구성된 1형태의 품앗이 관계는 의례적이며, 어느 수준의 예의를 지키며 관계를 맺는 것으로, 주민간의 의무로 인식된다. 이러한 1형태에 정서적 친밀감이 포함되는 2형태의 경우, 품앗이의 빈도가 늘어난다. 또한 품앗이가 정서로만 이루어진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품앗이는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특성을 가진다. 반면, 4형태의 경우 정서가 역할에 가려진 경우에 속하며, 부모-자녀간 품앗이, 즉 ‘효’가 4형태의 대표적 예시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품앗이는 ‘정’이라는 정서적 요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한국인들의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을 지칭하며, 친근감과 애정을 동시에 뜻한다. 이러한 정은 인위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접촉을 통해 자연스레 발생하는 정서이다. 또한, 품앗이와 마찬가지로 수평/수직적 관계와 무방하게 발생할 수 있는 감정이며, 품앗이의 수행에 의해 시작된다. 구체적으로는, 품앗이 관계에서의 정은 고마움의 감정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표면적 행위에 대한 감정보단 정을 유지하기 위한 동기로 이루어지는 암시적 감정이다. 필자는 정에서의 이러한 ‘고마움’의 감정은, 정이 없는 관계에서 이루어질 경우 산진마을에서 ‘미안하다’는 표현으로 표출된다고 밝히며, 해당 표현은 ‘정’이 없는 상황에서 구속력이 없는 품앗이를 이행한 데에 대한 놀라움과 미안함을 밝히기 위함임을 설명한다. 반대로, 필자는 정이 있는 관계에서 품앗이가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섭섭함’이라는 감정이 발생한다는 것을 설명하며, 이러한 섭섭함은 품앗이가 재개될 경우 쉽게 해소되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 파국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정의 상호의존성 및 비형식성을 설명하며 글을 끝마치고 있다. 상호의존성은 개인 간 관계가 개인화되는 경향을 뜻하는데, 타인의 개입을 불허하는 특성을 가진다. 즉, 계산적인 행위는 배제되는 동시에 친밀성을 항상 전제로 하는 관계라는 것을 암시하는데, 이러한 관계 내에서는 덜 형식적인 발언과 행동을 또한 용납된다. 이를 통해, 필자는 정이 수직적 질서 내의 행위유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개념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이러한 개념은 관계의 비형식성 또한 뜻하므로, 상호의존성이 갖춰진 정의 관계에서 형식을 갖춘 행동을 할 경우 또한 ‘섭섭함’의 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 필자에 따르면 이러한 개념은 ‘마실’이라는 예로 설명되는데, 정의 정서로 이루어진 사람끼리는 초청과 같은 형식이 없어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을 통해 상대를 분리적 개체로 보지 않는 정의 상호의존성 및 비형식성을 서술한다.
본 텍스트를 통해 필자가 정의한 품앗이의 개념을 살펴보며, 나는 현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생각해보았다. ‘인터넷을 통해 개인이 한 집단을 이룬다’는 전제를 가진 온라인 커뮤니티는, 인터넷 보급의 활성화 및 웹의 발전으로 인해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1.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내 구성원들은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 형식 아래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성이 있는데 2, 이렇게 사람들이 웹을 매개로 연결된 온라인 커뮤니티의 도움집단 관행은 얼핏 살펴보면 필자가 산진마을의 예로 설명한 품앗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대 온라인 커뮤니티의 관행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품앗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비록 온라인 커뮤니티 내 개인은 물리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주고, 받고, 갚는 행위’를 매우 활발히 행한다는 점에서 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관습이 어느정도 품앗이의 목적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내 구성원은 궁금한 점이 있을 경우 질의응답 등의 형식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국민 청원 등을 매개로 집단적 여론 환기 행동을 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집단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호혜적 행위는 때때론 정모 (정기모임), 번개 (번개모임) 등 오프라인의 관계로 전이되어 매우 정기적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또한, ‘균형적 호혜성을 전제하지만 불균형적 호혜성을 띌 수 있는’ (85p) 품앗이의 목적과도 일맥상통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또한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호혜적 원칙으로 구성되지만, 소위 ‘헤비유저’ (커뮤니티 활동에 매우 활발하게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다른 다수의, 비적극적인 구성원들에게 보답을 바라지 않고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전제는, 필자가 언급한 전통 사회 내 품앗이의 호혜성 특징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를 제외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필자가 언급한 품앗이와는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인다. 먼저, 온라인 커뮤니티 내 도움집단의 관행은 개인-개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온라인 커뮤니티 내 도움 관계는 대부분 철저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행해지며, 특정 개인과는 한번 맺은 관계가 지속되기가 어렵다. 또한, 정기모임 등 집단이 모이는 행사에서도 구성원들은 ‘집단’을 중심으로 모이지, 주체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모이는 것이 아니다. 즉, 온라인 커뮤니티는 구조 측면에서 개인 간 관계를 강조하는 품앗이보다는 크라우드소싱 3이나 긱 경제 4의 형태에 더 가깝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 내 도움집단의 관행은 철저히 역할관계 내지는 사회적 의무에 근거한 것으로, 정서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Yang과 Lai 5에 따르면 잘 알려진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내 기여자들이 커뮤니티에 지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내재적 자아 개념으로부터 강하게 동기부여가 된 결과이다. 또한, Wang & Fesenmaier 6에 따르면,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서 개인은 사회 자본의 창출을 주된 목표로 기여를 한다. 이와 같이,온라인 커뮤니티는 개인에 대한 정서적인 근거를 가진 도움을 배제하며, 이는 품앗이 집단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정서적 역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리하자면, 온라인 커뮤니티는 ‘주고 받는다’ 는 정의에 있어서는 필자가 언급한 전통 사회의 품앗이와 매우 유사하지만, 이러한 개념은 철저히 집단 중심적이며, 개인간 지속적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호혜성은 정서 관계를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품앗이에 대입해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This work was submitted as an assignment for Fall 2021 “Tradition and Korean Culture in Everyday Life” course.
Reference
Zhou, T. (2011). Understanding online community user participation: a social influence perspective. Internet research. ↩
Chu, K. M. (2009). A study of members’ helping behaviors in online community. Internet Research. ↩
Brabham, D. C. (2013). Crowdsourcing. MIT Press. ↩
Woodcock, J., & Graham, M. (2019). The gig economy. A critical introduction. Cambridge: Polity. ↩
Yang, H. L., & Lai, C. Y. (2010). Motivations of Wikipedia content contributors.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6(6), 1377-1383. ↩
Wang, Y., & Fesenmaier, D. R. (2003). Assessing motivation of contribution in online communities: An empirical investigation of an online travel community. Electronic markets, 13(1), 33-45. ↩